기사 메일전송
문예출판사,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 ‘황야의 이리’ 문예세계문학선으로 출간
  • 김종화 기자
  • 등록 2025-04-16 09:45:12

기사수정

문예출판사가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 ‘황야의 이리’를 문예세계문학선으로 새롭게 번역 출간했다.

 

문예세계문학선 신간 `황야의 이리` 표지

헤세는 시, 에세이, 단편소설, 장편소설 등 수많은 작품을 발표했으나 그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이 바로 ‘황야의 이리’다. 이 작품은 단 한 달 만에 36만 권이 팔려나갈 정도로 1960년대 히피 운동의 영향 아래 큰 인기를 끌었다.

 

‘황야의 이리’는 젊은이가 방황하며 자신의 삶의 방향을 찾아간다는 헤세 특유의 서사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주인공 하리 할러가 느끼는 절망과 방황이 더욱 처절하게 그려져 있다는 점, 시민적 삶에 대한 반감과 저항이 더 노골적이고 자유분방하게 묘사돼 있다는 점이 대중 독자에게 더욱 강렬하게 다가갔고, 그것이 이 소설의 인기 비결이 됐다.

 

‘황야의 이리’는 헤세의 그 어떤 소설보다 더욱 자전적이라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주인공 하리 할러는 중년의 남성으로, 현대 사회 속에서 자아의 혼란을 겪으며 적응하지 못한다. 그는 문명화된 존재인 동시에 야만성을 지닌 ‘황야의 이리’다. 인간과 이리, 두 가지 본성을 가졌다고 여기는 그의 내적 분열은 깊은 고독과 자아 상실로 이어진다.

 

문명화된 시민 사회와 거친 이리의 세계로 양분화된 소설의 세계관은 밝음과 어두움이 대비되는 ‘데미안’의 세계와도 비슷해 보인다. 주인공들이 두 세계를 포용하는 삶의 길을 찾아간다는 점에서도 두 소설은 유사하다. 그러나 ‘황야의 이리’ 속 시민 사회는 구체적인 사건들을 통해 매우 디테일하게 묘사되며, 이는 시민 사회의 편협함을 신랄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어두운 세계가 인간의 자연적 속성 및 성적 욕망과 연결돼 있다는 점도 ‘데미안’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주인공 하리 할러는 이제 막 성장하는 청소년이나 젊은이가 아니라 긴 세월 동안 삶의 모순을 지켜보며 괴로워하다 지쳐버린 중년의 사내다. 하리 할러는 ‘데미안’을 발표하고 10여 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는 헤르만 헤세의 자화상인 것이다.

 

헤세는 “이 책은 절망하는 사람의 책이 아니라 믿는 사람의 책이다. ‘황야의 이리’가 병적인 모습과 위기를 묘사하고 있지만 죽음과 파괴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치유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많은 분이 깨닫는다면 기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헤세는 ‘황야의 이리’가 죽음과 파괴가 아닌 치유로 이어지는 소설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주인공 하리 할러는 헤르미네라는 여성을 만나 춤을 배우고 가면무도회, 마술 극장에 가면서 두 세계를 통합하고 회복의 여정을 향해 나아간다. 절망하는 사람의 책이 아니라 믿는 사람의 책이라는 헤세의 말이 틀림없는 이유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영상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시원한 나무 그늘 속 한걸음…도심 속 천연 여름쉼터 ‘도시숲 10선’ 산림청이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7월을 맞아 시민들이 시원하게 산책하며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산책하기 좋은 도시숲 10선’을 1일 발표했다.도시숲은 여름철 한낮 평균기온보다 3~7℃ 낮은 ‘천연 그늘 쉼터’로 기능한다.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수분을 방출하며 열기를 식히는 역할을 하며, 기후변화 시대에 도심 ...
  2. 소방청, 전기차 화재 대응 가이드 개정…과학적 대응체계 강화 소방청 국립소방연구원은 7월 2일, 전기차 화재에 보다 정밀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기차 화재 대응 가이드 개정판」을 발간하고 전국 소방관서에 보급한다고 밝혔다.이번 개정판은 2023년 3월 발간된 초판 이후, 현장 대응성과 과학적 정확성을 한층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됐다. 전기차 보급이 급증하면서 화재 양상도 다양..
  3. 서울 지하철 부정승차 연간 26억 원…“명백한 범죄행위입니다” 서울 지하철에서 무임 승차나 타인 명의 교통카드 사용 등 ‘부정승차’가 해마다 수만 건씩 적발되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서울교통공사가 단속 강화와 함께 형사·민사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는 방침을 재차 밝혔다.서울교통공사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부정승차 단속 건수가 연평균 5만 6천여 건, 단속 금액은 .
  4.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63%로 상승…"경제·민생 정책" 호평 한국갤럽이 7월 8일부터 10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가 63%를 기록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부정평가 23%보다 40%포인트 높은 수치로, 응답자들은 긍정평가 이유로 `경제·민생 정책`(15%)과 `추진력·속도감`(13%)을 가장 많이 꼽았다.한국갤럽이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
  5. “무단 주차에 사고 위험까지”…전동킥보드 민원 급증, 권익위 ‘민원주의보’ 발령 전동킥보드와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PM, Personal Mobility)와 관련된 민원이 해마다 급증하면서 국민권익위원회가 ‘민원주의보’를 발령하고 관계기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국민권익위는 30일, 2022년 6월부터 2025년 5월까지 3년간 민원정보분석시스템에 수집된 개인형 이동장치 관련 민원 27,423건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에 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